'한국축구 재건 중책'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거수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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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2024.2.2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위원들을 모실 때, 절대 이번 선임에 있어서는 거수(기)로,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되는 것은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한국 축구 재건의 중책을 떠안은 정해성 신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 위원장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전력강화위원 선임 배경과 새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1차 회의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해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뒤 퇴보했다.
무색무취의 축구로 일관하던 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하다 요르단에 0-2 충격패를 당하며 4강에서 탈락했다.
한국 축구의 '신구 에이스'인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요르단전 전날 물리적으로 충돌한 일이 드러나는, 이른바 '탁구게이트'까지 터져 극심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 지경이 된 원인 중 하나로 전력강화위가 제 기능을 못 한 점이 꼽힌다.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을 물색하고, 팀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내는 기구인 전력강화위는 지난해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선임된 뒤로는 대면 회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채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등 뒤로 밀렸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에 참석해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2024.2.21 [email protected]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나왔다.
정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력강화위를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없다고 (위원들에게) 분명히 말씀드렸다"면서 "'(회의에) 갔다 오는 거만 하면 안 할 거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책임감을 느끼고 계시기에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의 1차 과제인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는 임시 감독을 거치지 않고 정식 감독 체제를 곧바로 출범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감독의 국적과 관련해 국내·외국 지도자를 가리지 않고 두 방향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다만, 이날 첫 회의에서 위원들의 의견은 '국내 감독' 쪽으로 쏠렸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또 이날 아침 이강인이 탁구게이트와 관련해 손흥민에게 사과한 사실이 두 선수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데 대해 "두 선수 화해 결과가 국가대표팀에는 너무 좋은 소식이라, 거기에 좋게 생각했다"면서 "두 선수를 뽑고 안 뽑고는 지금부터 상황을 보고 새로운 감독이 선임됐을 때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을 들으며 안경을 벗고 있다. 2024.2.21 [email protected]
-- 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기준은.
▲ 첫째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있어야 한다. 현재 대표팀 스쿼드에 맞는 게임 플랜을 짜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육성이다. 취약 포지션을 해결해야 한다. 셋째 명분이다. 지도자로 성과가 있어야 한다. 넷째는 경력이다. 지도자로 풍부한 대회 경험이 있어야 한다. 다섯번째는 소통 능력으로 선수는 물론 축구협회와 함께 축구 기술·철학에 논의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연령별 대표팀과의 소통도 포함된다. 여섯번째는 리더십이다. MZ세대의 성향에 따라 어떤 리더십을 갖는지가 중요하다. 관리형, 동기부여형, 카리스마형 등 리더십이 있다. 일곱번째는 최상의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능력이다. 감독이 최적의 결정을 할 수 있는 인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여덟번째는 이런 자질을 바탕으로 믿고 맡겼을 때 성적을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앞으로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 3월 A매치를 임시 감독 체제로 갈지 여부는 결정됐나.
▲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임시 체제보다는 정식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대표팀이 재정비해야 하는 시기인데 6월까지 미루는 것은 맞지 않으며, 이번 두 경기부터 팀을 다져나가야 단단해진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임시 감독 체제를 꾸리기에는 여러 장애가 있다. 지금 두 경기만 지휘하려고 하는 감독이 과연 나타날까, 과연 나서주실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임시 체제가 낫다는 일부 의견으로는, 성급하게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6월에 새 감독을 선임해도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논의된 사항을 외부로 알리는 것은) 위원장을 단일 창구로 하자고 굳게 약속했다. 서두르지는 않지만, 지체하지도 않고 차기 감독 논의를 하기로 했다.
-- 차기 사령탑은 국내 감독인가 해외 감독인가.
▲ 오늘 회의에서는 국내파 해외파 다 열어두고 준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2.21 [email protected]
-- 국내파 지도자의 경우 현재 현직 감독인 쪽과 아닌 쪽 중에 어느 쪽에 무게가 실려있나.
▲ 외국 지도자와 국내 지도자 모두 현직과 비 현직 모두 대상에 올려놓고 상의하기로 했다.
-- 늦어질 경우, 3월 A매치 선수 선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선수 구성에 대해서는 감독에게 일임해야 한다.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 일단 조금 더 신중하게 하려고 한다. 선수 선발하는 데에 지장 없도록 진행하겠다. 전반적으로 열어는 놨지만, 시기적으로 3월 예선 두 경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선수들 파악하고 기간적으로 상황을 봤을 때 외국 감독도 열어놨지만, 국내 감독에 비중을 둬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나왔다.
-- 2차 회의 결과에 따라 임시감독 쪽으로 방향이 바뀔 수도 있나.
▲ 그럴 여지 있다.
-- 현직 감독을 데려오기로 하는 경우 어떻게 구단을 설득할 것인가.
▲ 일하고 계신 분이 계시면 직접 찾아가서 도움 요청을 해야 할 것 같다.
-- 클린스만 선임 때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은 잘 모른다.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다. 절대적인 것은,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전력강화위원들을 모실 때 절대 이번 선임에 있어서는 거수로,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되는 것은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갔다 오는 거만 하면 안 할 거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책임감을 느끼고 계시기에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 손흥민, 이강인의 다음 경기 발탁 여부는
▲ 국가 대표팀에서 10년 동안 코치 생활을 했다. 두 선수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아침에 (갈등이 봉합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대회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흥분되고 기뻤다. 두 선수를 뽑고 안 뽑고는 지금부터 상황을 보고 새로운 감독이 선임됐을 때 논의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