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류현진'이 된 한화 주현상, 5연속 무실점…6연승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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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야수서 투수 변신 이력…"전향 안했다면 야구 말고 다른 일 하고 있을 것"
한화 이글스 오른손 투수 주현상이 3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t wiz와 방문경기에서 포효하고 있다. 2024.3.30. [한화 이글스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과 타선 전력을 강화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돌아온 류현진이 1선발로 합류했고, 정상급 내야수 안치홍이 입단하면서 마운드와 타선에 구심점이 생겼다.
반면 불펜은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있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4.38로 10개 구단 중 7위였다.
별다른 전력 강화를 하지 못했기에 '뒷문 문제'는 한화의 약점으로 꼽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화의 뒷문은 가볍지 않았다.
한화는 29일까지 개막 후 6경기에서 불펜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했다. 전체 3위 성적이다.
불펜의 중심엔 주현상(31)이 있다.
주현상은 24일 LG 트윈스전, 26일과 27일에 열린 SSG 랜더스전, 29일 kt wiz전 등 올 시즌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그리고 3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와 홈 경기 6-3으로 앞선 6회초 1사 1, 2루 위기에 구원 등판해 장성우를 루킹 삼진, 김상수를 우익수 뜬 공으로 잡아내 급한 불을 껐다.
그는 7회에도 등판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팀의 8-5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현상은 불과 수년 전까지 전력 외로 평가받던 선수였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 입단한 주현상은 프로 데뷔를 내야수로 했다.
대졸 선수인 주현상은 2015년 내야수로 103경기에 출전하는 등 쏠쏠한 활약을 펼쳤으나 2016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자리를 잃었고, 곧바로 입대했다.
제대 후에도 빛은 보이지 않았다.
2019년 8월 한화에 돌아왔을 때, 키스톤 콤비는 하주석과 정은원이 꿰찬 상태였다.
주현상은 선수 인생을 걸고 도전에 나섰다. 청주고 재학 시절 경험했던 투수로 전향한 것.
성공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았다. 야수로는 드물게 팔꿈치 수술 전력까지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은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투구 훈련을 한창 해야 할 시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까지 겹쳤다.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화 이글스 주현상이 3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t wiz전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24.3.30. [email protected]
그러나 주현상은 포기하지 않았다. 내야수로 재전향할 수도 있었지만, 주현상은 투수 보직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주현상은 2021년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고, 지난해 55경기에서 2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1.96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구속이 빠르지도,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지도 않았지만, 날카로운 제구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다.
올해엔 주무기 체인지업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30일 kt전에서도 직구(10개)와 체인지업(10개)만으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주현상은 "그동안 체인지업은 좌타자에게 주로 던졌는데 자신감이 붙어서 우타자에게도 쓰고 있다"며 "팔 스윙을 좀 더 앞으로 당겨서 공을 던지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과정이 체인지업 무브먼트에 좋은 효과를 줬다"고 말했다.
주현상은 '만약 투수로 전향하지 않았다면 인생은 어떻게 됐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아마 야구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난 자신 있었다"라며 "어렸을 때부터 공 던지는 것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자신감 덕분에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