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첫 세이브' 두산 신인 김택연 "데뷔전 실패가 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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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이 꼽는 '위기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투수'
(서울=연합뉴스) 두산 신인 김택연이 2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와의 홈 경기, 9회초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이날 김택연은 프로 첫 세이브를 거뒀다.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이 '위기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투수'로 꼽은 김택연(18)이 공 3개로 팀을 구했다.
⅔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프로 첫 세이브를 챙긴 김택연은 "얼떨떨한데, 기분 좋다"고 웃었다.
김택연을 바라보는 두산 선배들의 표정은 더 밝았다.
김택연은 2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 팀이 8-6으로 쫓기던 9회초 1사 1, 2루에 등판했다.
상황은 매우 급박했다.
8-2로 넉넉하게 앞서던 두산은 9회초 SSG에 4점을 빼앗겨, 두 점 차로 추격당했고 홈런 한 방이면 역전까지 당할 위기에 처했다.
마무리 홍건희마저 흔들리자, 이 감독은 김택연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택연은 "9회초 시작할 때는 더그아웃에 있었고, (5-8로 추격당한 뒤) 홍건희 선배가 등판할 때 캐치볼을 시작했다"며 "주자가 더 출루하면 등판할 수도 있다고 해서, 포수를 앉혀놓고 힘을 줘 던졌다. 등판 지시가 와서 올라갔다"고 '급박했던 타임라인'을 떠올렸다.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라는 김택연은 김민식에게 볼 2개를 던졌지만, 3구째 시속 147㎞ 직구로 김민식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요리해 경기를 끝냈다.
김택연이 첫 세이브를 거둔 순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신인 김택연이 2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와의 홈 경기, 9회초에 등판해 세이브를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김민식은 3타수 3안타 1볼넷을 기록 중이었는데,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김택연의 구위에 눌렸다.
김택연은 "볼 카운트 2볼에 몰려서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3구째가 스트라이크가 되고 야수 선배들이 병살로 연결해주셔서 세이브를 거뒀다"며 "감독님과 코치님이 어려운 상황에 저를 믿고 내보내셨다. 믿음에 보답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택연이 던진 공 3개는 모두 직구였다.
그의 직구는 2024년 KBO리그에서 주목받는 공이기도 하다.
김택연은 "포수 김기연 선배가 '과감하게 붙자'고 말씀하셨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내가 믿고 던질 구종은 직구였다"며 "기사를 통해 내 직구를 좋게 평가해주는 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방심하지 않고,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직구를 더 빛나게 할, 변화구도 연마 중이다.
김택연은 "직구만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횡으로 변하는 슬라이더와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모두 연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두산 신인 김택연(오른쪽)이 2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와의 홈 경기에서 세이브를 거둔 뒤, 포수 김기연과 하이 파이브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김택연은 프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빅리그 사령탑의 칭찬을 받았다.
3월 18일 고척돔에서 한국 대표팀 멤버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평가전에 나선 김택연은 2-4로 뒤진 6회말 등판해 두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빅리그 811경기에 출전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1㎞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제임스 아우트먼에게는 3볼에 몰린 뒤 시속 149㎞, 150㎞, 149㎞ 직구를 연속해서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경기 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아우트먼이 '김택연의 구위가 엄청났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꽂는 공이 위력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구속은 시속 91마일(약 146㎞) 정도였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시속 95∼96마일(약 153∼154.5㎞)의 위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김택연을 극찬했다.
하지만, 정작 KBO리그 1군 데뷔전이었던 3월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1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고전했다.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열흘 동안 2군 생활도 했다.
김택연은 "1군 데뷔전의 실패가 내게 약이 됐다. 그 실패를 발판 삼아 성장했다"며 "그날 경기는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패를 디딤돌로 삼은 김택연은 이승엽 감독이 가장 믿는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김택연의 성적도 'A급 불펜'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21경기 1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0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