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에게 꿀밤…'잘 웃는' 류현진 "실책했으면 그냥 넘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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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SSG전서 송구 실책 범한 이도윤에게 장난스러운 꿀밤
"시즌 초에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느껴…지금은 내려놨다"
(서울=연합뉴스) 한화 류현진이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와 방문 경기, 6회말이 끝난 뒤 송구 실책을 범할 뻔한 이도윤에게 꿀밤을 살짝 먹이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최근 마운드 위에서 자주 미소를 보인다.
미국에 진출하기 전 근엄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지켰을 때와 다른 모습에 한국 야구팬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웃는다.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마운드 위와 더그아웃 앞에서 '감정 표현'을 했고,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6회말 SSG 하재훈의 땅볼 타구를 한화 유격수 이도윤이 어렵게 처리했을 때, 류현진이 이도윤에게 살짝 '꿀밤'을 때리는 모습은 26일에도 회자됐다.
당시 이도윤의 송구는 1루수 안치홍의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안치홍은 몸을 던져 송구를 잡은 뒤 미트로 1루를 찍어 아웃 처리했다.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류현진은 "쉬운 타구였는데, 도윤이가 송구를 이상하게 해서 꿀밤을 먹였다"고 웃었다.
'류현진의 꿀밤'에는 후배를 위한 배려도 담겨 있었다.
류현진은 "실책이 됐으면 이도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아웃 처리를 했으니까 장난을 쳐봤다"고 설명했다.
7회초 한화 더그아웃 앞에서도 류현진의 모습이 자주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한화 최재훈이 자신의 파울 타구에 맞자 류현진은 '랩'을 하듯이 "빨리빨리"를 외쳤다.
팬들은 이 모습도 인터넷으로 널리 퍼트렸다.
류현진은 "트레이너에게 빨리 가보라고 소리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1-1로 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태연이 좌월 솔로 홈런을 쳤을 때는 류현진이 왼팔을 들어 환호하는 장면도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류현진은 "결국 내가 선발승을 따내지 못했지만, 김태연이 홈런을 쳐서 '승리투수가 될 기회'를 만들어줬다"며 "기분 좋아서 손을 들고 환호했다"고 떠올렸다.
한화가 25일 SSG전에서 9회초 동점을 허용해 류현진은 6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가 연장 10회초 2점을 뽑아 4-2로 승리하면서 류현진도 아쉬움을 달랬다.
류현진은 "올 시즌 초반에는 (미국에서 이제 막 돌아왔으니)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지금은 다 내려놨다"며 "지금은 개인 성적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베테랑 타자들이 시즌 초에 부진해도 시즌 말미에는 타율 0.300을 회복하는 것처럼 내 개인 기록도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21세기 한국 최고 투수'로 불리는 류현진은 11년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올해 한화로 돌아왔다.
25일까지 성적은 3승 4패 평균자책점 4.50이다.
류현진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그러나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류현진의 '불운'이 드러난다.
수비와 무관한 투수가 통제할 수 있는 홈런, 사사구, 삼진 등으로만 계산한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부문에서 류현진은 2.99로, 2.77의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에 이은 2위다.
네일은 평균자책점도 1.65로 1위를 달린다.
류현진의 FIP와 평균자책점의 격차가 유독 큰 건 불운 탓이다.
야수가 실수를 범하고, 정타가 아닌 타구가 안타로 이어지는 불운이 류현진에게 자주 벌어졌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중 홈런을 내주지 않은 투수는 없고, 1개만 허용한 투수는 곽빈(두산 베어스)과 류현진, 두 명뿐이다.
류현진은 피장타율 5위(0.322), 피OPS(출루율+장타율) 7위(0.650) 등 여러 세부 지표에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류현진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윤규진 한화 투수코치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는 투수였는데, 미국에서 돌아온 뒤에는 더 열심히 연구한다"며 "우리 팀 투수들에게 '류현진도 저렇게 열심히 준비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상대 타자 분석에 너무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고 몸을 낮췄지만, KBO리그에 다시 적응하면서 류현진의 성적은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류현진의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은 1.59(17이닝 3실점)다.
류현진은 "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