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첫 월간 10홈런-10도루' 김도영 "내 기록, 내가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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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4월 보내는 중…나는 관심을 즐기는 스타일"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키움의 경기.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KIA 김도영이 솔로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24.4.25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뜨겁다 못해 불타오른다"는 적장의 말 그대로였다.
건강한 몸으로 그라운드에 선 '3년 차 내야수' 김도영(20·KIA 타이거즈)이 2024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4월의 그라운드를 달구고 있다.
김도영은 25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방문 경기, 팀이 3-0으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김선기의 초구 시속 143㎞ 직구를 공략해 중앙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올해 4월에 쏘아 올린 김도영의 10번째 홈런이었다.
이번 달 이미 도루 11개를 성공한 김도영은 KBO리그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 진기록을 달성했다.
호타준족의 대명사 이종범도, 40홈런·40타점을 올린 2015년의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김도영 전에 이 기록에 다가선 선수는 2017년 8월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뛰던 손아섭(현 NC)으로, 손아섭은 당시 9홈런·10도루를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키움의 경기.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KIA 김도영이 솔로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24.4.25 [email protected]
경기 뒤 만난 김도영은 "처음에는 '그렇게 의미 있는 기록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선배들이 '몇 년 동안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기록 달성을 의식했다"고 말했다.
진기록 달성에 홈런 1개만을 남겨 놓고 경기를 시작한 김도영은 1회와 3회에는 '지나치게 큰 타격 자세'로 외야 뜬공에 그쳤다.
김도영은 "9호 홈런을 친 뒤에는, 기록을 더 의식하게 되더라. 빨리 기록을 세우고 싶어서 오늘 욕심을 부렸다"고 털어놨다.
해결책은 남달랐다.
많은 선배들은 그동안 비슷한 상황에서는 "세 번째 타석부터는 욕심을 버렸고, 그러니 홈런이 나왔다"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김도영은 "사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욕심을 부렸는데, 그때 실투가 와서 홈런을 쳤다"며 "운이 좋은 하루였다"고 씩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키움의 경기. 이범호 KIA 감독이 KBO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달성한 김도영에게 축하 꽃다발을 주고 있다. 2024.4.25 [email protected]
김도영은 2022년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며, KIA에 1차 지명됐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공, 수, 주를 모두 갖춘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부상 탓에 2022년(103경기 타율 0.237, 3홈런, 13도루)과 2023년(84경기 타율 0.333, 7홈런, 25도루)에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3월에는 6경기 26타수 4안타(타율 0.154)에 그쳤다. 3월에는 홈런과 도루를 기록하지 못했다.
4월에 들어서면서 김도영은 그라운드 위에서 재능을 맘껏 펼쳤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김도영의 기세가 뜨겁다 못해 불타오를 지경"이라고 경계할 정도였다.
김도영은 4월 21경기에서 타율 0.388(85타수 33안타), 10홈런, 11도루를 찍었다.
25일 현재 4월 월간 홈런과 도루 단독 선두다.
시즌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김도영은 홈런 공동 2위, 도루 4위를 달린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키움의 경기. 8회초 1사 2루 상황에서 KIA 김도영이 1타점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4.25 [email protected]
김도영은 "정말 행복한 4월을 보내고 있다"며 "3월에는 마음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매일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KIA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은 김도영은 '최정의 후계자'로도 불린다.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SSG 3루수 최정의 KBO리그 개인 통산 신기록인 468호 홈런공을 잡은 'KIA팬' 강성구 씨는 "김도영이 최정 선수처럼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도영은 "전설적인 선배의 이름과 같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최정을 예우하면서도 "최정 선배는 장타자고, 나는 중장거리 타자다. 최정 선배처럼 홈런을 치지는 못하겠지만, 도루(최정 개인 통산 176개)는 선배님을 넘어서겠다"고 웃었다.
아직 어린 김도영도 올해 4월과 같은 활약을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굳이 욕심까지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김도영은 "매월 좋은 성적을 내고자 노력하겠다. KBO리그 첫 월간 '10홈런-10도루' 기록을 내가 또 깨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는 자신을 "관심을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4월 김도영은 재능에, 스타성까지 뽐냈다. 이제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서면 관중석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