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메이저 퀸' 이정민, 10언더파 친 날도 "제 점수는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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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이기려는 목표보다 제가 더 성장하는 것이 중요"
투어 15년차 베테랑, 첫 메이저 우승 "해보니까 다르네요"
(양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오른 이정민이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민은 28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천554야드)에서 끝난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투어 11승째를 따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처음 왕좌에 등극한 이정민은 KLPGA 투어 사상 72홀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워 우승 의미를 더했다.
2위에 4타를 앞서 비교적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한 이정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까지 리더보드를 보지 못해서 타수 차이를 몰랐다"며 "마지막 18번 홀 첫 퍼트로 홀에 붙이고 나서야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타수 차이가 나는 줄 알았으면 더 편하게 했을 텐데"라고 웃으며 "다른 선수들이 못 해서 우승한 것이 아니고, 어제와 오늘 제가 잘해서 한 우승이라 더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정민은 전날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포함해 10언더파 62타 맹타를 휘둘렀고, 이날도 6타를 줄이며 독주한 끝에 우승했다.
그는 "지난주 대회부터 감이 조금씩 좋아졌다"며 "다만 골프가 어제 잘 쳤다고, 오늘도 잘 치기가 어려운 종목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퍼트가 잘 떨어지면서 이틀 연속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했다.
평소 퍼트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는 "동계 훈련에서 백규정 선수가 기술적인 조언을 해준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2라운드에 퍼트가 잘 안돼서 연습 그린에서 캐디와 함께 퍼트 연습을 계속한 것이 잘 통했다"고 돌아봤다.
1992년 1월생으로 2009년에 입회, 투어 15년차 베테랑인 이정민은 이날 최종 라운드를 2004년생 '띠동갑'인 방신실과 1타 차인 상황에서 시작했다.
방신실은 바로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도 출전한 '떠오르는 대세'지만 이날은 이정민이 초반 8개 홀에서 버디 6개를 뽑아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이정민은 "사실 오늘도 체력이 걱정돼서 전반에 최대한 버디를 해놓자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대로 잘 됐다"고 밝혔다.
통산 11승 가운데 3라운드 대회에서만 7승을 거둔 그는 "제가 사실 체력이 좋은 편도 아닌데 이렇게 4라운드 대회를 잘 친 것이 스스로도 놀랍다"고 자평했다.
그는 목표를 묻는 말에 "제가 골프를 하면서 남을 이기겠다는 목표는 세운 적이 없다"며 "공을 어떻게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 이론적으로 정리한 다음에 연습을 최대한 많이 하면서 제가 더 성장하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답했다.
이날 KLPGA 투어 72홀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하고도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말하다가 "다른 선수들이 들으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겠다"며 말을 거둬들인 이정민은 이어 "저 스스로 충분히 잘했지만,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마음가짐으로 골프를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타를 줄인 3라운드와 우승한 이날 경기에 대한 샷을 스스로 평가해달라는 말에 "어제는 평균 80점 정도"라고 박한 점수를 매긴 이정민은 "오늘은 어제보다는 (점수가) 덜하지만, 그래도 챔피언조에서 압박감을 이겨내 저 자신을 칭찬해줄 정도는 된다"고 정리했다.
첫 메이저 우승에 대해 "솔직히 예전에 메이저 대회라고 특별하다는 생각보다 똑같은 대회로 여겨왔다"는 그는 "그래도 이렇게 우승하니 트로피에 이름도 적혀 있고, 확실히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정민은 "일단 오늘은 우승 기분을 만끽하고, 다음 주가 되면 또 대회를 준비하는 식으로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제가 원하는 샷을 구사할 수 없을 때가 올 것이고, 그 전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지만 그때까지 저 스스로 관리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