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예고' 추신수 "한국시리즈 우승, 현역 마지막 모습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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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생각해본 적 없어…은퇴 후 삶은 올 시즌 뒤에 고민"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것,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추신수(41·SSG 랜더스)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1년 현역 연장과 '2024시즌 은퇴'를 택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타자인 추신수의 2024년 KBO리그 연봉은 3천만원이다. 이마저도 모두 기부할 생각이다.
그는 "언제든 내가 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2군에 내려보내달라"라고 미리 이숭용 감독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현역 연장을 택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24시즌 주장까지 맡게 돼 야구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런 추신수도 '우승 도전'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추신수는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사람은 이 팀에 있을 자격이 없다"며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역할이라도 할 것이다. 나보다 뛰어난 후배가 나오면 기꺼이 2군에 갈 수 있지만, 나는 매 경기 1군에서 뛰고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추신수는 지난달 "2001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야구를 해 온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2024시즌 뒤에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추신수의 은퇴 시즌은 '최저연봉', '주장 선임'으로 더 특별해졌다.
추신수는 KBO리그 최저인 3천만원에 2024시즌 연봉 계약을 하기로 했다.
2023년 연봉은 17억원이었다. 2024년 연봉은 무려 16억7천만원이 삭감된 3천만원이다.
그는 연봉 3천만원도 전액 기부할 생각이다.
추신수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올린 타자다.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2005년 빅리그 데뷔에 성공한 추신수는 2020년까지 메이저리그를 누비며 1천652경기, 타율 0.275(6천87타수 1천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올렸다.
KBO리그에서는 3시즌(2021∼2023년) 동안 361경기 타율 0.260(1천252타수 325안타), 49홈런, 168타점을 올렸다.
현역의 마지막 경기를 우승 세리머니로 장식하고 싶은 추신수는 "조연이어도 괜찮다. 개인 성적은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며 "꼭 우승으로 현역 마지막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현역 연장과 은퇴 예고를 동시에 했다.
▲ 한국 야구 첫해인 2021시즌이 끝나고서 은퇴를 고민했다. 원래 계획도 KBO리그에서 1년만 뛰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2021시즌을 뛰고서 '우리 구단이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고, 한국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또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SSG 동료들이 친동생 같아서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1년을 더 했고, 2022시즌에 우승을 차지했다. 2022시즌 종료 뒤 구단에 '은퇴하고 싶다'고 의사를 표했는데, 구단이 '아직 추신수를 보낼 수 없다'고 하더라. 구단과 내 생각이 일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1년을 더 뛰었다. 2023시즌이 끝나고서 은퇴와 현역 연장을 50대 50으로 놓고 고민했다. 안타깝게도 (동갑내기 친구) 김강민이 (2차 드래프트에 한화 이글스에 지명돼) 팀을 떠났다. 한 번에 최고참 선수 두 명이 동시에 떠나면 후배들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또 1년을 더 뛰게 됐다. 2024시즌이 끝나면 정말 은퇴한다.
-- 최저 연봉을 받고, 그마저도 기부하기로 했는데.
▲ 나는 야구를 하면서 정말 많은 걸 이루고 얻었다. 한국에서 뛸 때는 금전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고 싶었다. 샐러리캡으로 인한 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싶은 마음은 있지만, 희생으로 표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가족을 어떻게 설득했는가.
▲ 사실상 통보였다. (웃음) 아내(하원미 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 아내도 가족 때문에 내가 야구를 그만두는 걸 원치 않는다. 내가 은퇴 시점을 선택하는 걸 아내도 원했다. 다만 아내는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한 번 더 입고 은퇴하는 게 어떤가'라는 바람은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젊은 선수들에게 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 하지만, 많은 미국 구단이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분위기인데 굳이 내가 미국에서 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SSG 구단과의 약속도 지키고 싶었다.
-- 지난해 11월 '추신수의 SSG 감독 선임설'도 나돌았는데.
▲ 그냥 웃었다. 감독 하마평에 오른 건 '3년 동안 한국에서 잘 지내왔구나'라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 내가 미국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긴 했지만, 감독으로 준비한 시간은 없다.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지도자, 프런트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나는 선수로만 뛰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려면 배움의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SSG 랜더스 추신수가 경기 시작에 앞서 시투를 하고 있다. 2023.12.25 [email protected]
-- 한국 야구에 쓴소리도 많이 했는데.
▲ 잠실야구장 원정 라커룸이 개선되는 등 한국 야구장 시설이 좋아진 것을 보며 뿌듯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미국에서는 원정팀이 하루 전에만 요청하면, 홈팀에서 훈련할 공간을 제공한다. 한국은 경기 당일에 원정팀이 훈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주전이 아닌 선수들의 훈련 시간이 줄어든다. 많은 선수의 기량이 올라와야 한국 야구가 강해진다. 한국 야구가 더 멀리, 높게 봤으면 좋겠다.
-- 2024시즌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은퇴를 결심하고 나니, 마음은 편안하다. 4일 미국으로 들어가 댈러스에 있는 집에서 개인 트레이너와 훈련하다가 SSG의 플로리다 캠프에 합류할 계획이다. 박종훈과 하재훈이 댈러스로 와서 함께 훈련한다.
-- 마지막 시즌에 주장이 됐다.
▲ 그동안 라커룸 등이 지저분하면 농담으로 후배들에게 '내가 주장을 맡으면 2000년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곤 했는데, 정말 주장이 됐다. 이숭용 감독님이 주장으로 선임했지만, 후배들이 '형이 주장을 맡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나는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국의 선후배 문화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의견을 내지 못하는 걸 봤다. 때론 어린 선수의 입에서 정답이 나올 수 있다. 모두가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
(인천=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5-4로 승리한 SSG 김강민이 추신수와 포옹하고 있다.
김강민은 이날 9회말 무사 1,3루 상황에서 3점 홈런을 치며 역전승을 만들었다. 2022.11.7 [email protected]
-이숭용 감독과는 어떤 대화를 했나.
▲ 최근 감독님과 식사하면서 4시간 정도 대화했다. 야구관 등에서 감독님과 일치하는 점이 많았다.
-- 현역 연장 보도자료에 '2군에 가도 좋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 SSG가 오랜 시간 강팀으로 군림하길 바란다. 내가 마지막 시즌을 보낸다고 해서,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으면서까지 1군을 지키고 싶지 않다. 나보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있다면, 당연히 나를 대신해 1군에 올라와야 한다. 최정, 김광현, 한유섬 등 우리 팀 고참 선수들에게도 '베테랑이 자리를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면서 더 노력하고, 후배들은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구단이 진정한 강팀'이라고 말했다. SSG가 강해지려면, 백업 선수들이 성장해야 한다. 내가 2군으로 간다면, 2군 훈련장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다.
-- 마지막 시즌 가장 바라는 건.
▲ 당연히 우승이다.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사람은 이 팀에 있을 자격이 없다.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역할이라도 할 것이다. 나보다 뛰어난 후배가 나오면 기꺼이 2군에 갈 수 있지만, 나는 매 경기 1군에서 뛰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것, 정말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