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임시 퇴장 '블루카드', 골키퍼까지 예외 없이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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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 유지 시 '골키퍼 딜레마' 예상…잠시 필드플레이어가 장갑 껴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10분간 임시 퇴장 벌칙을 받는 '블루카드'가 원안대로 도입될 시 골키퍼 자리를 둘러싼 축구 감독들의 고뇌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최근 축구계 논란의 중심에 선 블루카드의 현 규정에는 골키퍼에 대한 별도 조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블루카드는 경기 규칙을 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추진하는 새로운 축구 제도다.
이 카드를 받은 선수는 '신-빈'(sin-bin·임시 퇴장 구역)에서 10분간 머물다가 다시 경기에 복귀할 수 있다.
옐로카드와 동일하게 블루카드도 2장을 받으면 그라운드를 떠나야 한다. 옐로카드 1장과 블루카드 1장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이 규정이 골키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면 수문장이 떠난 10분간 사령탑은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다.
우선 기존 필드플레이어에 골키퍼 장갑을 끼우고 골문을 지키게 하는 안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벤치에 있는 예비 골키퍼 자원을 교체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10분 후 주전 골키퍼가 돌아오면 2명의 골키퍼 중 한 명을 다시 필드플레이어와 바꿔줘야 한다.
물론 남은 교체 카드가 없다면 두 번째 안은 불가능하다.
이런 방식대로 블루카드가 도입된다면 공격수, 수비수 등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골키퍼 장갑을 끼는 상황이 이전보다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에서는 교체 카드를 소진한 데다 골키퍼까지 퇴장당한 경우 다른 포지션 선수가 수문장으로 나서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국가대표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AC 밀란)도 제노아와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8라운드 원정 경기 후반 추가 시간 퇴장당한 골키퍼 마이크 메냥을 대신해 골문을 지켰다.
막판 제노아의 공세 속 1-0 승리를 지킨 지루는 해당 라운드 베스트 골키퍼로 뽑히기도 했다.
블루카드는 심판에 과도한 항의나 의도적으로 득점 기회를 저지하는 '전략적 반칙'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실제로 이 제도가 시범 운영된 유소년 축구에서는 어느 정도 취지에 맞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2018-2019시즌 유소년 축구에서 판정에 과도하게 항의할 때 블루카드를 줬는데, 31개 유소년 아카데미 리그에서 판정 항의가 38%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IFAB 내부에서는 이른바 '전략적 반칙'에 대한 문제의식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IFAB 연례 회의에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에서 나온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반칙이 대표적 문제 사례로 언급됐다.
키엘리니는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 시간 순간적으로 가속해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려던 부카요 사카(잉글랜드)의 유니폼을 잡아당겨 저지했다.
이때 뚫렸다면 실점할 가능성이 컸다. 키엘리니는 옐로카드를 받았고, 연장전까지 1-1로 마친 양 팀의 희비는 마지막 순간에야 갈렸다. 이탈리아가 승부차기에서 3-2로 웃었다.
그러나 이런 취지와 별개로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위르겐 클롭(리버풀), 안지 포스테코글루(토트넘), 에디 하우(뉴캐슬) 감독 등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알렉산데르 체페린 회장도 텔레그레프와 인터뷰에서 "블루카드가 도입된 경기는 더는 축구가 아니다"라며 블루카드 도입을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한 IFAB는 지난 9일 예정됐던 블루카드 시범 운영 계획 발표를 미뤘다.
연기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IFAB가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본다.
블루카드가 최종 도입되더라도 당장 프로 수준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제축구연맹(FIFA)은 성명을 내고 "엘리트 수준에서 블루카드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새로운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려면 하위 리그에서부터 적절한 방식으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