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라미레스 대표팀 감독 내정 물의…"전임 감독제 훼손"(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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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 빼내기 시즌 2' 다른 구단들도 KB손보 행태에 비판적
라미레스 감독 이미 입국, KB손보는 선임 발표 못 하고 '묵묵부답'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새 사령탑으로 남자대표팀을 이끌어온 이사나예 라미레스(브라질) 감독이 내정한 것으로 전해져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다른 남자 구단들은 국가대표팀 감독의 클럽 감독 겸직은 '대표팀 지도자 전임제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17일 대한배구협회와 구단들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라미레스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낙점했으며, 협회는 KB손해보험 감독 겸직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라미레스 감독은 이미 입국했으며, KB손해보험은 감독 선임 발표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라미레스 남자대표팀 감독은 1984년생 젊은 지도자다.
파키스탄 대표팀을 이끌고 지난해 가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을 격파하고, 올해 3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문제는 지난 3월 남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라미레스 감독이 클럽팀 감독을 겸직할 수 있는지다.
배구협회는 지난 2016년 4월 당시 대표팀을 지휘하던 박기원 감독이 대한항공 사령탑으로 옮겨가자 대표팀 감독의 처우를 개선해주자는 취지로 전임 감독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뒀던 2019년 4월 대표팀을 이끌던 김호철 감독이 전임제 취지를 무시하고 OK저축은행 사령탑으로 옮기려고 했다가 '1년 자격정지'를 받은 후 자진해서 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협회는 올해 3월 라미레스 감독과 페르난도 모랄레스(푸에르토리코) 감독에게 각각 남녀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이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마치자 두 손을 모은 채 미소를 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2024.4.25 [email protected]
그런데도 KB손보가 라미레스 감독을 감독대행을 맡아왔던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맡긴 건 '전임 감독제' 취지를 사실상 위반했다는 것이다.
한 남자 구단 관계자는 "배구협회가 승인했다고 하더라도 KB손해보험이 라미레스 감독을 내정한 건 전임 감독제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면서 "국가대표 감독 빼내기 시즌 2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KB손보가 내일 단장들이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읍소하는 형태로 다른 구단의 협조를 받아내려는 건 꼼수에 불과하다"면서 "연맹이 배구협회에 전임 감독제 운영을 위해 연간 5억원 가까운 비용을 지원해준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구협회는 라미레스 감독이 국내 감독을 겸임할 경우 선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내세우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은 "전임 감독제는 감독이 대표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면서 "국내 구단까지 맡는다면 전임제 도입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각을 세웠다.
배구연맹 관계자도 "(클럽)감독 겸직 시 국내 선수 파악에 장점이 있지만, 대표팀 지도자 전임제 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면서 "KB손보를 뺀 모든 구단 단장이 동의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겸직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손보 구단은 라미레스 감독 내정 여부 확인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대응 중이다.
한편 KB손해보험은 미겔 리베라(스페인) 감독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건강상 이유로 사퇴하자 마틴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