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응원갔는데 심판을 하게 된다면?…울브스 팬의 특별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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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서 연장전 대기심 쓰러지자 관중이 대신 심판 역할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사랑하는 축구팀을 관중석에서 응원하다가 갑자기 경기 심판으로 투입되고, 짜릿한 결승골 장면까지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1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BBC,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영국 울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프턴과 브렌트퍼드의 2023-2024 FA컵 3라운드 재경기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연장전까지 간 이 경기에서 연장전 초반 대기심이 쓰러졌다.
마침 그 근처 관중석에는 울버햄프턴 시즌권을 가진 팬이자 유소년 경기 심판 자격증을 가진 로스 베넷이 있었다.
열한 살 아들과 함께 경기를 즐기던 베넷은 주심인 앤드루 매들리에게 자신이 심판을 보겠다고 했다.
매들리는 베넷의 자격증을 확인하지 않고 '대기심을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만 했다고 한다.
베넷은 "가르쳐만 주신다면,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고, 매들리는 그에게 정말 대기심을 맡겼다.
원래 대기심은 주심과 선심이 올바른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선수 교체, 교체 선수의 장비 점검, 양 팀 벤치의 규정 위반 여부 확인 등 수많은 업무를 해야 한다.
그라운드 안의 판정을 주심이 한다면, 그라운드 밖 경기 운영은 거의 다 대기심이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베넷은 이 모든 일을 다 하지는 않고, 선수 교체만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베넷은 이어셋을 건네받은 뒤 선수 교체 보드 사용법에 대한 집중 교육을 받고서는 경기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베넷은 30분 동안 문제 없이 대기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울버햄프턴 팬 팟캐스트에 출연해 "브렌트퍼드 벤치 쪽에서 경기와 관련해 여러 질문을 퍼부었는데도 끝까지 '프로 심판'의 자세를 유지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베넷이 심판의 본분을 잊을 뻔한 상황이 찾아오기는 했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페드루 네투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마테우스 쿠냐가 성공시켜 울버햄프턴의 결승골을 넣은 순간이었다.
베넷은 "중립을 지켜야 했다. 골을 축하할 수 없는 사실이 너무 속상했다. '여기 울브스 팬 중 나만 축하하지 못하는 신세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특별한 경험을 했다"면서 "쓰러진 '원래 대기심'의 건강이 괜찮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