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울타리 밖 '지도자 2막'…김태완 감독 "나를 증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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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서 20년·K리그 TSG 거쳐 꼴찌팀 천안으로…"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남해=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 천안시티FC를 이끄는 김태완 감독은 군 팀인 '상무'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지도자다.
2001년 대전시티즌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듬해 광주를 연고로 K리그 참가를 준비하던 상무의 지도자 제안을 받고 합류한 뒤 코치, 감독으로 20년이나 동행을 이어온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상무에서 K리그2 우승과 승격, K리그1 상위 스플릿 진출 등 성과를 이룬 그는 삭발 스타일이 비슷한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에 빗댄 '펩태완', '관물대올라'(관물대+과르디올라)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22시즌을 끝으로 상무를 떠난 김 감독은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활동 등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다가 이번 시즌 천안 지휘봉을 잡고 현장 지도자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상무가 아닌 곳에서 자기만의 팀을 꾸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지난 시즌 K리그2 꼴찌팀 천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천안이 2차 동계 전지훈련 중인 경남 남해에서 13일 만난 김 감독은 "군 팀에 있을 땐 선수들이 먹는 것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는데, 여기선 먹고 자는 것 등 경기 외적인 많은 것을 신경 쓰게 된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상무에서도 성적을 내고 많은 것을 했지만, 저 자신을 증명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그는 "상무에서 외국인 선수 없이 국가대표급과 유망주들을 다양하게 데리고 동기부여를 심어주며 결과를 낸 경험을 살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상무에는 주로 기량이 검증된 선수들이 왔기에 조금만 다듬어주면 됐지만, 여기는 이제 막 올라오는 선수들이 많아 지도하기 더 어렵다"면서 "지난 시즌엔 중간에 신형민, 정석화 등이 오면서 좀 나아졌으나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베테랑 선수들을 더 데려왔고, 나아질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천안이 명문 구단이 되는 기틀을 만들겠다는 큰 뜻을 품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였지만, 프로의 세계에선 눈앞의 성적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였던 천안은 성적 향상이 지상 과제인 팀이다.
김 감독은 상무 시절 호흡을 맞췄던 베테랑 수비수 이웅희를 비롯해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보강했다.
그는 "험난한 시즌이 될 거로 예상하지만,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면서 플레이오프 정도는 노려보려고 한다"면서 "도전자의 마음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 "모든 팀을 한 번씩은 이겨보고 싶다"면서 "호락호락하게, 쉽게 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선전포고'도 남겼다.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을 묻자 상무 시절 키워드로 삼았던 '행복 축구'가 먼저 나왔다.
김 감독은 "일단 선수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지배하고 이기면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고, 팬들도 느낄 수 있다"면서 "천안에 처음 왔을 땐 좀 경직된 분위기였는데, 즐기면서 결과를 내는 축구를 하고 싶다. 그러려면 잘해야 하고, 잘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김 감독의 존재에 천안행을 택하고 주장 완장까지 찬 이웅희도 '행복 축구'에 힘을 실었다.
이웅희는 "감독님 말씀대로 팀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면서 "선수 생활의 가장 마지막에, 가장 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보겠다. 누구도 천안을 쉽게 볼 수 없도록, 천안이 약팀 이미지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저 역시 모든 팀을 다 한 번씩 이기고 싶지만, 제가 FC서울에 오래 있었던 만큼 (서울의 슈퍼매치 맞수인) 수원 삼성은 특히 이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각오도 덧붙였다.